누구도 RTV의 깃발을 내릴 수 없습니다
                        

 방송사들이 총파업에 나섰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의 일입니다.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 <와이티엔>, <시비에스> 등 주요 방송사가 나섰습니다. <교육방송>까지 가세했습니다. 일부 신문사들도 언론 관련법 개정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지면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방송을 족벌신문에 넘기고 언론을 재벌 위주로 재편하려는 언론장악 기도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저희는 일찍이 예감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저희 RTV로 밀려드는 직간접적인 압박을 목격하면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작은 방송사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데, 주요 방송사들은 성하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예감은 맞아떨어졌습니다. 방송 등 언론을 자신의 발 아래 묶어두겠다는 과욕이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 온 것입니다.

 올 한 해, RTV는 힘겨웠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직후, 법에 명시된 ‘시청자의 방송 참여 권리’가 정책 당국의 무지와 독선에 유린되면서 감지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확정된 올해 RTV 기금 지원이 6개월 넘게 중단됐습니다. 이어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내년부터 RTV에 대한 방송발전기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6년 넘게 RTV가 수행해 온 시청자제작프로그램 사업을 위성방송의 모든 채널들에 개방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RTV가 미우니까 독점적인 혜택을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케이블 TV에 의무 편성이 되는 2009년 공익채널을 선정하면서 RTV를 배제시켰습니다. RTV는 6개 공익 분야 가운데 ‘시청자제작’ 분야에 유일하게 신청한 채널인데다, 함께 신청한 다른 어떤 채널보다 높은 전문편성 비율을 보이는 채널입니다. 2006년 공익채널 정책 시행 이후부터 높은 공익성을 인정받아 매년 공익채널로 지정된 채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재무 건성성 불안’ 등 공익채널 선정에 우선적 기준이 될 수 없는 괴상한 잣대를 들이대 탈락시켰습니다. 국정감사를 전후로 국회 문광위 여당 의원들의 RTV에 대한 턱없는 공세는 그렇다 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정치적인 문제제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 잣대와 합리적 룰이 적용되어야 할 정책에서마저 이런 정치적 판단을  개입시킨다는 것은 지탄받아서 마땅한 합니다.

 당국의 이런 집요한 공세는 효과를 보는 듯했습니다. 정부 기금에 주로 의존하는 RTV의 내년 살림살이가 한계상황에 내몰린 것입니다. 채널의 존폐를 결단해야 하는 절망적 상황에까지 치닫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타율의 힘으로 문을 닫기에는 RTV의 가치가 너무 커져 있었던 것입니다. 먼저 RTV 임직원들이 나섰습니다. 이사진들이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을 결의하기 무섭게 직원들이 거기에 화답하듯 자원봉사를 결의하고 나선 것입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실어나르기 위해서도 RTV 깃발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많은 시청자제작자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이런 노력이 더 알려지면 더욱 많은 동참자가 생길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내년 초부터 RTV는 전 직원의 절반이 훨씬 웃도는 ‘자발적 운영 주체들’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이어갈 것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도 훨씬 강화할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정부가 시혜하듯 던져주는 기금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살림살이의 새로운 방안을 찾아나설 것입니다. 언론장악 기도에 맞서는 방송사 구성원들이 살아움직이는 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이 더불어 사는 희망의 공동체를 꽃피우려는 시민사회의 많은 동지들이 있는 한, 무엇보다 시청자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나선 무수히 많은 시청자제작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한, 그 누구도 RTV의 깃발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2008년 12월 26일 시민방송 RTV 상임부이사장 김영철

트랙백 주소 :: http://blog.rtv.or.kr/tc/trackback/687

댓글을 달아 주세요